해피 띵호와
2023. 7. 18. 18:45
부지지병(不知知病)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아닐 불, 부(一/3) 알 지(矢/3) 알 지(矢/3) 병 병(疒/5)]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이 있다.
어떤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처리할 방법을 알면
해결이 수월하다. 또 내막을 잘 알고 상대하면
어떤 난관도 뚫을 수 있다는 知彼知己(지피지기)가
병법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많이 아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나
여유롭고 담담하다고 해서 大知閑閑(대지한한)이라고
莊子(장자)는 말했다.
이런 사람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실천하듯 잘 알아도 모든 일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소크라테스(Socrates)의 겸손과 닮았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조금 아는 일에 함부로 덤볐다가 패가망신하거나,
몰랐으면 그냥 넘어갈 일을 알고선 지나칠 수가 없어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 될 때다.
모르거나 듣지 않았으면 마음이 편안했을 것이라고
聞則是病 不聞是藥(문즉시병 불문시약)이라 한역했다.
이보다 더 큰 병이 있으니 모르면서도(不知)
아는 체 하는 병(知病)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빈 깡통이 더 요란한 경우가 많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老子(노자)가 ‘道德經(도덕경)’에서 이것을 경계했다.
71장인 知病章(지병장)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을 꼬집는다.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知不知上 不知知病/ 지부지상 부지지병).
병을 병으로 알아야만 병이 되지 않는다
(夫唯病病 是以不病/ 부유병병 시이불병).’
그러면서 성인이 병이 없는 것은 자신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알지만 모르는 체하는 것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그렇다면 욕먹을 짓이지만 아무데나 나서며
자랑하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몰랐던 부분을
배울 수 있는 이득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세상의 복잡한 일을 모두 알 수도 없고,
전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잘 알고도 곤경에 빠진 사람에 도움을 주지 않거나
모르면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나댄다면 문제다.
孔子(공자)님도 좋은 말씀을 남겼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처마 끝의 제비가 이렇게 지저귄다는 그 구절이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옳다고 우기며
정책을 강행하는 등 제비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데
요즘 모르는 것을 안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